제군, 나는 영국이 싫다!!

일상의 잡동사니 | 2005/03/18 12:25

고백하자면 S는 영국에 지.나.치.게. 환상을 품고 있습니다. (빠순이 맞습니다;)

대영박물관에서 길 잃고 한 사흘쯤 못 나오는 게 평생의 꿈이고, 영국인 특유의 억눌린 듯한 고상함(젠체라고도 합니다♥)과 냉정한 블랙 유머의 하모니가 살 떨리게 사랑스러워서 미칠 지경이고, 음악이든 공연이든 책이든 사람이든 취향에 직격하는 놈을 만나 꺄아꺄아 사랑에 빠졌다가 나중에 알고 보면 십에 팔구는 젠장, 또 영국놈이냐!! 이며, 블레어를 한 대 때려주고 싶지만 여전히 전반적인 남자 질은 미국보다 천 배 만 배는 높(다고 주장하고 싶)은 이 나라가 좋습니다. 소녀심;에 로드(Lord) 호칭에 어찌 로망을 품지 않을 수 있겠으며, 일개 오지콘으로서 어떻게 심하게 정확한 옥스포드 영어를 구사하고 단순하지만 고상한 정장 차림에 단장을 짚은 하얀 수염과 은발의 귀족 노신사를 꿈꾸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S만 그렇습니까? ;;)
영국이 '해가 떨어지지 않는 나라'랍시고 콧대 세우고 유럽 열강의 주축으로서 남의 멀쩡한 나라를 쑥대밭 만들어놓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은, 시집가고 싶은 남자 0순위, 오지콘의 영원한 로망 숀 코너리 경(스코티쉬지만)과 몬티 파이슨과 테리 프래챗과 STOMP와 블랙 애더와 파더 테드(아이리쉬지만)와 기타 등등등등등등에 열광하는 소녀;의 로망 앞에서는 그저 무력할 뿐. 자기가 겪지 않은 일에는 한없이 무심해지는 게 소시민의 어쩔 수 없는 본성이라고 눈치 흘금 보며 궁상맞게 변명 좀 하고 싶을 정도인데.

......현실의 벽 앞에서 이놈의 로망이 다 날아가게 생겼습니다.

You Goddamn British!!!!

Basic state가 어떻고 Second state가 어떻고, State earning-related scheme이 어떻고 Occupational에 Contract-out salary-related scheme에 Contract-out money purchase scheme에 Contract-out mixed benefit scheme에 Personal에 Stakeholder가 어떻고 저떻고.... 크아아아악!!!!!!!! (발광 중)

영국놈들 제도가 세계에서 제일 복잡하다는군요. 오오... 브리티쉬... 이 말아먹을 브리티쉬여...


P.S. 결코 게을러져서 포스팅을 안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앗.

"그야, 원래 게을렀으니까."
"캬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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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 the Violet Moon.

일상의 잡동사니 | 2005/03/02 18:03


H양이 만들어 준 Under the Violet Moon의 배너입니다.
곧 죽어도 포토샵 따위 못 다루는 관리인, 그림에 재능 있는 친구가 있는 것을 빌미로 배너 만들어달라 만들어주지 않음 왈왈대리라 옷자락 붙들고 땡-_-깡을 썼습니다. (S의 모토는 立てる者は親でも使え입...푸헉!!!) 꺼먼 바탕에 하얀색으로 글자나 좀 박아주면 감지덕지할 생각이었는데, 정작 결과물은 딱 S의 취향으로 이렇게나 쌈박하고 깔끔하게 나왔습니다.

사랑하오 친구. 그대는 나의 구세주. 센스 있는 친구는 두고 볼 일이로세.
(자랑 맞습니다. 와하하하하하하)


말이 나온 김에 이 얼음집의 유래에 대해서 좀 불겠습니다.

Under the Violet Moon이란 이름은,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와 그의 연인 캔디스 나이트(Candice Night)가 주축이 되어 1997년 데뷔한 밴드 Blackmore's Night - 참으로 대담무쌍한 네이밍 센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 의 1999년도 세컨드 앨범의 표제곡에서 따온 것입니다. (오피셜 사이트는 여기, 영어의 압박이 괴로우신 분은 여기로)
대략 2년여 전, S는 그늘에 숨어 몇 년째 경애해 마지 않고 있는(이미 스토커) 루리루리 님의 「세계의 끝」에서 이 곡을 처음 접하고 소위 '르네상스 음악'이라 일컬어지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아름다운 음률에 one-turn-kill, 한 마디로 뻑 갔습니다.


모자를 벗고 잔을 들어라
밤이 새도록 춤을 추리라
우리가 알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리
보랏빛 달 아래에서

기사들과 흘러간 나날들에
마법사의 숲에 살았던
거지와 도적들에게 건배하리라
보랏빛 달 아래에서

점술사여, 손에 든 카드는
어떤 미래를 보여주나요
비밀을 털어놓아요, 내게 속삭여 주세요
보랏빛 달 아래에서


- Blackmore's Night, Under A Violet Moon 中



백문이불여일청(百聞以不如一廳). S의 허접한 해석으로는 10%도 전달이 안 됩니다.
그냥 들으십시오.

그 이후로 언젠가 홈을 개설하는 날에는 저 곡명을 감히 도용하리라고 마음만 단단히 먹어두길 근 2년, 2005년 초 마침내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
"뭐, 뭐냐 K군, 가재눈이 되어 있어? ;;;"
"두 번 보고 세 번 보고, 눈까지 비벼봤지만 저건 Under A Violet Moon인데요?"
"으허억!!"


크윽, 과연 K군. 아픈 데를 찔렀습니다.
실은 손모 씨를 실컷 헐뜯고 싶은 마음이 귀차니즘을 능가해 결국 이글루스에 가입할 때, 누가 쫓아오지도 않건만 뭐가 그리 급했는지 얼음집 이름을 서둘러 적어넣다 닭대가리가 순간적으로 Under A Violet Moon과 Do As Infinity의 under the moon을 짬뽕해 저 이름이 됐지 뭡니까... 너 정말 팬 맞냐;;;
(아니, under the moon도 엄청 좋아하는 노래이긴 합니다만;;;)

S의 치매 때문에 아닌 밤중에 '매일 뜨는 달 중 하나'가 아니라 '그 달'이 되어 버린 Moon에게 심심한 사죄를 올립니다. 아니면 얼굴에 철판 깔고 '불특정 다수'에서 '특정한 하나'로 격상했으니 좋지 아니한가며 빡빡 우기던가;;;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요?
마음이 너그럽고 온유하시어 이 허접한 이글루나마 배너를 가져가 주실 마음이 드시는 분은 어울리지도 않게 뽀대가 나는 저 배너를 얼마든지 가져다 붙이시라는 겁니다. 와하하하하하.

"필요로 해 주는 분이 있기나 할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아픈 데 찌를래!!!"


오늘의 교훈 :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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